불확실성의 품격: 확실하지 않음 속에서 살아가는 법

불확실성의 품격: 확실하지 않음 속에서 살아가는 법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선택을 합니다. 직업을 고를 때, 사람과의 관계를 맺거나 끊을 때, 혹은 아주 사소하게는 점심 메뉴를 정할 때도 우리는 끊임없이 결정하고 선택하며 하루를 살아갑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결정 앞에서 우리를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불확실성’입니다.

 

결과를 알 수 없다는 것,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때때로 두려움이 되어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곤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렇게 ‘확실함’을 추구할까요? 철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 질문을 던져왔습니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로 확실성을 확보하려 했고, 칸트는 인간 이성이 만들어내는 질서 속에서 보편적 진리를 찾고자 했습니다. 근대 철학은 확실한 지식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지만, 현대 철학은 조금 다른 시각을 제시합니다.

 

20세기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 존재의 본질이 ‘불안’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세상에 던져진 존재로서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는 불확실함 속에서 살아간다고 보았고, 이러한 불안은 오히려 인간다운 사유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즉, 불확실성은 단지 우리가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고 존재를 성찰하게 만드는 출발점이라는 것입니다.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동양철학에서도 중요한 주제였습니다. 도가(道家) 철학에서 말하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은 어떤 것을 억지로 조작하거나 통제하려 하지 않고, 흐름에 맡기며 살아가는 삶의 방식입니다. 이는 우리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확답을 내리고자 안달하는 대신, 변화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조화를 이루려는 태도입니다.

 

현대 사회는 과거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확실성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정보가 새로운 불확실성을 낳고, 선택의 기로에서 더 깊은 혼란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모든 가능성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완벽한 예측은 신의 영역이지, 인간의 몫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불확실성 앞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중요한 것은 ‘확실한 답’을 얻으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는 불확실한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철학적 성숙입니다.

 

불확실성은 우리를 불안하게도 만들지만, 동시에 열려 있는 가능성의 세계이기도 합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기에 우리는 계획하고 상상하고, 때로는 용감한 도전을 하게 됩니다. 오히려 모든 것이 정해져 있다면 삶은 얼마나 지루하고 무의미할까요?

 

철학은 우리에게 완벽한 해답을 주지는 않지만, 더 나은 질문을 던지게 해줍니다. 불확실성 속에서 묻고, 성찰하고, 스스로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가장 아름다운 지적 여정이 아닐까요?

 

그러니 오늘 하루, 어떤 것이 불확실하더라도 너무 두려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불확실성은 삶을 더 복잡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더 풍요롭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니까요.

 

불확실성을 회피하거나 지워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함께 살아가야 할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야말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철학적 품격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