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생에서 수많은 문턱을 마주합니다. 태어남과 죽음이라는 가장 큰 문턱 사이에는 무수한 작은 문턱들이 존재하지요. 새로운 학교로 들어가는 날, 첫 출근을 하는 아침, 누군가에게 작별을 고하는 순간, 그리고 어쩌면 조용히 스스로의 결심을 바꾸는 어느 저녁조차도 문턱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문턱(threshold)’은 단지 공간의 경계를 나타내는 물리적 개념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철학적으로 ‘이전’과 ‘이후’의 중간 지점을 의미하는, 즉 시간과 존재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그 문턱 위에 서서 ‘지금 여기’라는 찰나의 무게를 견디고 있습니다.
문턱은 본질적으로 애매한 지점입니다. 아직 완전히 떠난 것도, 도착한 것도 아닌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종종 이 문턱 앞에서 망설입니다. 그것은 단지 용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문턱 위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성’으로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아직 시작하지 않은 일은 무한한 기대를 품게 하고, 아직 끝나지 않은 관계는 어렴풋한 희망을 남깁니다. 문턱은 이러한 불확실성과 가능성 사이에서 인간을 철저히 고뇌하게 만드는 공간입니다.
이러한 중간 지점에서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는 어떤 상태로 문턱에 섰는가? 떠나려는 자인가, 도착하려는 자인가? 아니면 그저 문턱 위에서 머뭇거리는 존재인가요?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인간 존재를 ‘현존재(Dasein)’라고 불렀습니다. 이 현존재는 끊임없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며 자기 자신을 구성하는 존재입니다. 바로 이 점에서 문턱은 하이데거적 존재론의 은유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계속해서 ‘되기(becoming)’ 위해서는 수많은 문턱을 통과해야 하며, 그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문턱의 순간에는 질문이 생깁니다. “내가 이 문턱을 넘어설 준비가 되었는가?”, “이 문턱 너머에 있는 삶은 지금과 얼마나 다를 것인가?”, “과연 이 선택은 옳은가?”와 같은 질문들 말입니다. 철학은 이 질문들 속에서 피어나며, 인문학은 그 답을 찾는 여정을 함께해줍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사유의 과정을 통해 비로소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또한 문턱은 단절이 아닌 연결의 공간입니다. 과거와 미래가 이어지고, 안과 밖이 맞닿으며, 나와 타인이 교차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낯선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문을 여는 그 순간, 우리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새롭게 구성하게 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문턱은 변화의 시작이며, 자기 확장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새로운 문턱을 우리 앞에 던집니다. 기술의 변화, 사회적 전환, 개인적인 결정들 모두가 하나의 문턱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문턱 앞에서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불안과 설렘 속에서도 우리는 결국 걸음을 내딛고, 삶은 그렇게 다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혹시 지금, 당신도 인생의 어떤 문턱 위에 서 계신가요? 그렇다면 그 문턱을 ‘넘어야 할 장애물’이 아닌 ‘존재를 성찰할 기회’로 바라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철학은 그 문턱 위에서 우리에게 조용히 말합니다.
"당신은 여기에 있습니다. 이제 어디로 나아가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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