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완벽함’을 추구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완벽한 상태보다는 ‘수정 가능성’을 가진 상태에 더 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언가를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들기보다는, 부족한 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고치며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더 큰 의미를 찾는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는 왜 완성보다 ‘고쳐짐’에 가치를 둘까요?
수정이 가능한 상태란, 어떤 결점이나 오류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수정해나갈 수 있는 열린 구조를 뜻합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따라서 완벽한 결과보다, 수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오히려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태도일지도 모릅니다. 이 점에서 수정은 단순히 ‘고치는 행위’가 아니라, 변화 가능성에 대한 인정이자 희망의 철학일 수 있습니다.
예술 작품에서도 이와 유사한 철학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작가가 반복적으로 덧칠하고 지우는 회화의 과정, 혹은 초고를 수차례 고쳐가는 문학 창작의 방식은 모두 수정의 미학에 기반합니다. 완벽한 창조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수정의 흔적들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창작자의 사유와 감정이 응축된 과정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철학적으로 보면, 수정은 고정된 진리보다 ‘변화하는 진실’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와 연결됩니다. 플라톤은 이상적인 이데아의 세계를 주장했지만, 현대 철학자들은 진리는 고정되지 않으며, 맥락과 상황에 따라 새롭게 갱신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관점에서 수정은 진리 탐구의 핵심 과정 중 하나로 간주됩니다.
심리학적으로도 수정은 ‘회복 탄력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실수를 했을 때 좌절하기보다, 그것을 인정하고 다시 시도하려는 태도는 심리적 건강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삶의 수많은 순간에서 실패를 겪지만, 그것을 통해 배우고 수정하는 과정을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해 나갑니다.
디지털 시대에도 수정의 철학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 자동 번역 등 다양한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더 자주 수정 버튼을 누르게 되었습니다. 게시글을 편집하고, 이미지를 보정하며, 데이터의 오류를 정정하는 이 모든 행위는 인간이 기술을 통해 완벽이 아닌 ‘끊임없는 개선’을 추구한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결국 완벽은 정지된 개념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더 이상 손댈 수 없는 상태이며, 시간이 멈춘 듯한 무결함을 의미합니다. 반면 수정은 살아 있는 행위입니다. 그것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반응하는 과정이며, 완성을 추구하기보다 더 나은 가능성을 계속해서 열어두는 태도입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혹은 자신에게 “괜찮아, 고치면 돼”라고 말할 때, 그 말 속에는 실수에 대한 관용, 변화에 대한 희망, 그리고 삶에 대한 깊은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완벽한 상태는 언젠가 멈추지만, 수정하는 인간은 멈추지 않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조금씩 고쳐가며, 그렇게 더 나은 존재로 나아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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