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문학 및 철학

지문(指紋)의 철학: 우리는 왜 ‘유일함’에 집착하는가?

by bloggerds247-2 2025. 5. 1.
반응형

지문(指紋)의 철학: 우리는 왜 ‘유일함’에 집착하는가?

 

우리는 모두 각자의 지문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이 작은 선들의 집합은 과학적으로 말해 개인 식별의 도구일 뿐이지만, 철학적으로 바라보면 그 안에는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물음이 깃들어 있습니다. 왜 우리는 지문처럼 ‘나만의 것’, ‘유일한 것’에 그렇게 큰 가치를 부여할까요? 유일함이 곧 존재의 의미를 담보해주는 것일까요?

 

인류는 오랜 시간 동안 ‘개별성(individuality)’을 존재의 핵심으로 보아 왔습니다. 이는 단지 개인을 구분 짓기 위한 생물학적 특징이나 사회적 역할 때문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유일한 존재로서 살아가야 한다는 존재론적 압박 속에서, 우리는 '다르다'는 사실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 의미를 재확인하곤 합니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 존재를 ‘세상 속에 던져진 존재’라고 표현하면서, 각 개인이 마주한 상황의 독특성을 강조했습니다. 지문처럼, 누구도 같은 삶을 살 수는 없다는 점에서 말이지요.

 

하지만 현대 사회로 오면서 우리는 ‘유일함’에 대한 집착과 동시에, 그것의 상실이라는 역설적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SNS와 알고리즘은 우리를 개인화된 콘텐츠 속에 가둬 두지만, 정작 그 안에서 우리는 놀랄 만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살아갑니다. 모두가 개성 있는 사진을 찍고,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자랑하지만, 그 틀은 대개 닮아 있습니다. 유일하고 독립된 존재로 살고자 하는 욕망은 오히려 ‘평균적인 유일성’을 만들어 내는 데 그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지문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간에 저항하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우리 몸은 나이가 들며 변하지만 지문은 평생 그대로 남습니다. 이것은 어쩌면 ‘나는 여전히 나’라는 확신을 지켜주는 물리적 증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 고정됨이 우리를 특정한 틀에 가두는 것은 아닐까요? 유일함에 대한 열망은 때로 우리를 무리 속에서 고립시키고, 변화를 두려워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지문’은 단순히 인간을 식별하기 위한 수단 그 이상입니다. 그것은 존재의 고유함과 시간 속 변화를 동시에 품은 철학적 상징입니다. 지문을 통해 우리는 인간이 가진 개별성과 동시에, 그 개별성이 만들어내는 불안과 욕망을 다시 성찰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떠한가요? '유일함'은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우리가 진정 바라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보이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나 자신이 되는 것’일까요?

 

지문처럼 지워지지 않는, 그러나 유연하게 해석될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길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아직 찾아야 할 철학적 과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