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되지 않은 평범함'의 철학, 익숙함 속에서 낯설음을 발견하는 사유

'발견되지 않은 평범함'의 철학, 익숙함 속에서 낯설음을 발견하는 사유

 

우리는 하루를 살면서 수많은 ‘평범함’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세수를 하며, 같은 출근길을 지나고, 익숙한 사람들과 인사를 주고받고, 반복되는 일과 속에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이러한 루틴은 때로는 안정감을 주지만, 동시에 우리가 ‘보고도 보지 못하는’ 상태에 빠지게 만들기도 합니다. 너무나 익숙해서, 오히려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들. 철학은 바로 이 ‘익숙함’을 다시 보게 만듭니다.

 

마르틴 하이데거는 이를 ‘세계-내-존재(In-der-Welt-sein)’라는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인간은 세상과 단절된 존재가 아니라, 늘 세계 안에서 살아가며 그 안의 도구들과 사람들, 관습과 문화 속에 깊숙이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책상을 쓰고, 컵을 들고, 문을 열며 살고 있지만, 그 모든 사물은 하나의 ‘수단’으로만 기능하며 본질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이 고장 났을 때, 즉 사용 불가능할 때 우리는 비로소 그것의 ‘존재’를 의식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사유는 일상의 평범한 것들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매일 마주하는 거울, 반복되는 신호등의 불빛, 커피잔에서 피어오르는 김. 이러한 요소들은 우리 삶의 가장자리를 채우고 있지만, 우리가 그것을 진정으로 ‘보는’ 순간은 드뭅니다. 하지만 우리가 잠시 멈추어 그것을 새롭게 들여다본다면, 아주 사소한 장면에서도 깊은 철학적 사유가 피어날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메를로퐁티는 인간의 ‘지각’을 중심으로 사유를 펼쳤습니다. 그는 인간은 단순히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는 존재가 아니라, 몸을 통해 세계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있는 시선’을 지닌 존재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보면, 평범한 사물도 우리 몸과 감각을 통해 계속해서 의미를 갱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발견되지 않은 평범함'은 철학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공간, 쓰는 물건, 나누는 대화 속에는 생각보다 많은 ‘철학의 씨앗’이 숨어 있습니다. 이것을 들춰내는 행위는 일상에 균열을 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사는 삶에 더 깊은 해석을 부여하는 길입니다.

 

또한 이 철학적 태도는 현대 사회의 자동화된 감각과 사고에 대한 저항의 의미도 지닙니다. 수많은 광고, 알림, 데이터 속에서 우리는 점점 더 사유하지 않게 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을 다시 ‘의식적으로’ 바라보는 훈련은 우리를 다시 인간답게 만들어 줍니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철학, 그것은 새로움을 추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한 삶의 밀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입니다. 우리가 매일 밟는 보도블록 위, 익숙한 친구의 얼굴, 매일 반복하는 인사말 속에서조차도 철학은 고요히 우리를 부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하루, 한 가지 평범한 것을 선택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철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보십시오. 아마도 그 안에서 당신은 평범함이라는 이름의 미지의 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결코 특별하지 않기에 더욱 특별한, 사유의 시작이 거기에서 펼쳐질지도 모릅니다.